[5월 26일] 영화보는 것을 도전하다

집을 나와있는동안 나의 주된 목표는 예전의 내 모습을 되찾는 것이었다.

집에서는 마음이 불편해서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싼 숙박비를 감당하고서라도 나온 것이다. 

예전의 내 모습 중 하나는 주기적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 왓챠 등 다양한 OTT를 결제하고 봤었다.

특히 디즈니, 마블, 판타지 영화. 어쩔 때는 작품성이 좋다고 평이 나있는 영화, 또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찾아봤었다.

 

 

 

롯데시네마에서 받은 크루엘라 포토카드

 

 

 

 

 

 

통신사 멤버십을 통해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오랜만에 디즈니 신작 '크루엘라'를 보기로 맘 먹었다.

오후 7시반쯤 극장에 들어서고 크루엘라 전광포스터를 보자마자 설레고 낯설었다.

영화 자체를 요근래 본 적이 없다. 

우울증이 오고나서 집중력이 영화 한 편을 볼만큼 오래 가지 못했을 뿐더러

영화 보는 것도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내 예전의 모습에 한발짝 더 가까워졌다는 것에 대한 설렘과 영화 자체에 대한 설렘을 그 순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상영시간이 다 되어서 상영관에 들어가서 좌석에 앉고

광고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설렘만 가득했다.

하지만 어떤 광고가 나올 때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어느 순간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느낌이 왔다.

필요시 약도 안 가지고 나온 상태였는데 심장이 너무 급하게 뛰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순간 너무 무서웠다.

 

'나는 그저 일상적인 영화를 보러 왔을 뿐인데... 어렸을 때는 방송국 PD나 영화감독을 꿈꿀만큼 영상매체를 좋아했던 나인데..

이게 뭐라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거지? 내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걸까....'

 

영화 시작하기 직전까지 계속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았다. 아니라는 걸 내 스스로에게 인지하도록 계속 맥박을 짚었다. 

빨리 뛴다고 생각하는 건 그저 내 심리적인 부분이고 내 심장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라는 걸 느끼기 위해.

 

영화가 어떻게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그 당시의 내 상태가 당황스러웠고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어느 순간 영화 속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결국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러닝타임이 길었던 것 같은 영화인데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실제로 런던여행 때 엄마지갑을 사기 위해 한 번 들렸었던 리버티 백화점이 나와서 반갑기도 했고

두 엠마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에서 나왔을 때는 오후 10시를 넘긴 시각이었고 

오랜만에 밖에서 조용한 밤거리를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밖에서 생활하다보니 안전을 위해 밤에 돌아다니는 일이 거의 없도록 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밤공기를 맞이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예전의 내가 조금은 가까워졌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의 울컥이었던 것 같다.

남에게는 정말 유난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정말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문화생활을 통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상태가 된 게 너무 반가웠고 희망이 보여 안도가 되었다.

정신과 선생님이 세상과 동떨어져있으면 안된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 요즘은 무슨 영화가 개봉하나 무슨 예능이 재밌나 찾아본게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이 되었고 선생님께 감사하다.

 

나에게 시간을 주면서 예전의 유쾌하고 세상에 관심 많던 나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