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2차백신, 그리고 문자.

까먹고 있다가 아스트라 2차백신을 맞아야한다는 문자를 집 나오고 나서 받았다.

2차 백신 때문에 퇴사한 곳을 방문하기는 싫어서

보건소에서 맞기로 하였고

어제 2차 백신을 맞았다.

백신 맞기 직전까지 솔직히 너무 무서운 와중에 '그래. 어차피 지금 내가 삶에 미련이 얼마나 있다고. 부작용 때문에 죽으면 실험쥐됐다고 생각하자.'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루하루 버티고 있지만 아직 삶의 이유를 못 찾아서 그런가 싶다.

아프면 집 먼저 생각난다는데 혼자 끙끙 앓을 상상을 하면서도 집은 안 떠올랐다. 슬프게도.

오히려 백신을 맞고나서 한 시간 후에 뜻밖의 문자를 받고 화만 잔뜩 났다.

아빠로부터 '이번 주말에는 꼭 집에 오너라!' 라는 문자.

아빠가 지금 내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아는지 알 수 없으니 답답했다.

알고서도 저렇게 말하는 거면 정말 나는 대화의 의지를 잃었고

모르면 ... 내 상태를 이해를 못할 망정 나한테 직접 묻기라도 하던가 다짜고짜 저렇게 내가 무슨 반항심에 집에서 나온

가출청소년인 마냥 보낸 것이 화가 난다.

백신 맞고 나서 최대한 안정해 있는게 내 목표였는데

와장창 무너졌다.

그 문자 한 개로.

예전 같았으면 쩔쩔매며 착한아이증후군에 걸린 딸인 마냥 알겠다라고 문자를 했겠지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그저 하루하루 예전의 쾌활했던 내 모습을 찾고자 하는 나는 '내 상태 그때보고' 문자 1통 보내고 말았다.

요며칠 또 다시 수면시간을 3시간을 넘기지 못해 힘든 와중에 참 반갑지 않은 문자였다.

잘 자도 모자랄 판국에 백신을 맞고도 역시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오늘도 3시간만에 깰까봐 무섭다.

점차 우울증이 나아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내 몸은 신체적 증상으로 반항한다.

오늘은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