𝕄𝕖𝕝𝕒𝕟𝕔𝕙𝕠𝕝𝕚𝕒 𝔻𝕚𝕒𝕣𝕪

분명히 아침약을 먹었는데 오늘따라 감정조절이 너무 안된다. 오랜만에 공황도 오고 힘들다

요새 계속 내 존재의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런 성격에, 특출난 구석 하나 없고, 약에 의존하고 있고, 공허하다. 무엇을 하든 공허하다. 가슴 속에 커다란 구멍이 있어서 나를 매일 무얼로 채우든 새어나가 절대 채울 수 없다. 이러한 공허함이 매일 같이 나를 찾아와 '그래서 너는 뭔데? 너 왜 살아?' 라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답을 하지 못 한다.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봐..! 얼마나 많은데..!' 라고 누군가가 나를 위로한다면 겉으로는 웃고 넘기지만 속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기엔 내가 그럴 힘이 없어' 라고 생각할 것 이다. 역으로 그럼 그 사람들한테 묻고 싶다. '사는 게 힘들어. 힘이 들고 고통스러워. 고통스러운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살아야 해...? 이기적인 생각 아..

이 날만 기다려왔다. 상담선생님께 엄마가 상담선생님이랑 만나보면 안되겠냐고 말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날. 상담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본인은 어떻게 하고 싶냐고 내 의견을 물으셨다. 나는 엄마랑 마주할 자신은 아직 없고, 내 상담시간을 빼서라도 그냥 둘이서만 만나게 하고 싶다. 하지만 엄마가 내가 이 병원을 다니는 걸 아는 것도 싫고, 내 진료시간을 아는 것도 싫다라는 뜻을 밝혔더니 그럼 아직은 때가 아닌거라고 말씀해주셨다. 하고 싶은 대로 답장하라고. 그래서 엄마한테 답장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나는 엄마가 내가 다니는 병원, 내가 뵙는 상담선생님을 아는 게 싫다. 이 문자에도 답장하지마. 아니면 나도 차단할거니까. 그리고 상담선생님께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여쭤보셨다. 내가 되고 싶은 사..

오늘만 참으면 내일 상담을 하고 엄마한테 답장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좀 상태가 괜찮다. 어제까지만 해도 멍때리고 무기력하고 약을 먹고도 상태가 안 좋았는데 오늘은 좀 괜찮다. 머리가 아팠던 이유는.. 스트레스였겠지. 엄마한테 상담을 하고 나서 답장을 줘야한다는 압박감에 의한 스트레스. 평소의 나였어도 압박감에 잔뜩 예민해있었을텐데 지금은 더 취약한 상태라 몸이 힘들어하는게 느껴진다.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 조바심에서 나온 압박. 어제까지 정말 그냥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가득찼었는데 지금은 좀 낫다. 해리포터에서 마법정부가 금지해놓은 마법술. 그 마법술을 누가 나한테 부려서 시체도 안 남게 사라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엄마랑 이벤트가 있은 후로 계속 두통이 있다. 아마 상담선생님께 이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계속 무기력하고 두통이 있겠지..? 무엇을 봐도, 무엇을 들어도, 무엇을 먹어도 가슴 속에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내 기운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사람을 만나도 그 때 뿐이고 대화를 해도 그 때 뿐이다. 요즘 다시 5월달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내가 가진 돈을 다 탕진하고 죽을까' 계속 이런 생각이 든다. 터널 속에서 난 또 다시 뒤로 한걸음 한 기분이다. 평생 이러한 공허함을 안고 살아야 한다면 나는 살고 싶지 않다.

큰 맘 먹고 뮤지컬을 보러 왔는데 뮤지컬 보기 2시간전에 엄마로부터 '일요일에 백숙 먹으러 와라'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 문자 오기 몇 시간 전에는 아빠로부터 '집에 자주 들러라' 라는 문자도 받았다. 부모님이 같은 날에 짠 것 마냥 이러니 너무 화가 났다. 너무 울고 싶었다. 나는 마실을 나온 것도 아니고, 자취를 하는 자취생도 아니고, 아파서, 나아지기 위해서, 그리고 내 우울이 가족한테 피해가 안 갔으면 해서.. 그래서 이 나이가 되어서 가출을 한건데 아무렇지 않게 집에 들러서 백숙을 먹으라니. 볼드모트 마냥 내 병, 내 질환에 대해서는 언급이라도 하면 안되는 마냥 '요즘 좀 어때?' '백숙 먹으러 오지 않을래?' 도 아니고 오라니. 와라니. 그래서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서 답장 했다. '나 정신질..

오늘도 상담은 눈물로 시작하고 눈물로 끝났다. 상담선생님께 솔직하게 다 말씀드렸다. 어젯 밤에 꾼 많은 사람들이 총살당하는 것을 목격하는 꿈부터 시작해서 지금 밖에서 생활하면서 조바심을 느끼는 점, 엄마가 나를 이해 못할 걸 알면서도 이해를 갈구하는 점, 결과를 내야할 거 같은 느낌, 시간을 헛되게 보내는 거 아닌가라고 나를 계속 의심하고 내 선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계속 나를 탓하게 되는 점, 분명히 나를 위한 시간인건데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엄마가 나를 어떻게 볼지 생각하게 되는 점 등 꽤 많은 것을 말씀드렸다. 상담선생님은 받아적으시더니 나보고 질문을 던지셨다. "지금 집에 들어간다면 어떨 것 같아요?" 나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무서워요... 그리고 숨이 막힐 것 같아요." 말하면..

내 미취업장려금이고, 나는 정당하게 썼는데 왜 나는 미용실을 가기 전까지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부터 생각할까. 내 돈이고, 내 머리인데. 나는 합리적인 이유로 간건데 옆에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부터 생각하는 내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이제 상담치료 한 번 했으니 앞으로 나아질 일만 남았다고 믿는 수 밖에.

오늘 드디어 상담치료를 시작했다. 친구들한테 털어놓는 것도 한계가 있고 전문가한테서 내가 이러이러한 상황이다라는 것을 듣고 싶었기 때문에 굶을 각오를 해서라도 선결제를 했었다. 적지않은 돈이기 때문에 상담선생님이 별로일까봐 많이 걱정했는데 선생님과 첫 상담을 하고 나니 절대로 돈이 아까울 일은 없다고 느껴졌다. 울음바다가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내가 그렇게 소리내 울부짖을 줄은 몰랐다. 선생님께서 내가 예상했던 답변들을 해주셨다. 왜 내가 힘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 이 가족은 언젠가는 터졌을 가족인 이유, 카톡으로 보이는 나랑 극반대인 이성적인 엄마, 어릴 때부터 의지력 하나만으로 커오셨을 부모님 등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속시원히 얘기해주셨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릴 때부터 착한아이이면서 ..

정말 간만에 아침이 미치도록 힘들지 않았다. 잠은 엄청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일어났을 때 한없이 밑으로 추락하던 기분은 오늘은 없었다. 오늘은 그냥 감흥없이 깬 정도...? 하루를 기대하며 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힘들지 않아서 기분은 조금 나았다. 내일 상담치료가 시작되는데 어떨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상담사랑 안 맞으면 선결제한 18만원이 너무 아깝기도 하고 시간이 아까울텐데... 나랑 잘 맞는 상담사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