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4차 상담치료

 

 

 

 

 

이 때까지 한 상담치료 중 유일하게 눈물로 시작해서 눈물로 끝나지 않는 상담치료였다.

그리고 "헐... 어떻게 아셨어요?" 만 열 번정도 나온 상담치료였다.

 

온전히 나에 대해 포커스를 맞춘 상담치료였다.

처음에는 선생님께서 한 주동안 뭐하면서 지냈는지에 대해 여쭤보셨다.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친구를 만나거나 컴퓨터 게임을 미친듯이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래서 원래도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냐고 여쭤보시길래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컴퓨터로 게임하는 걸 좋아했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걸 즐겨한 것을 말씀드렸다. 

그러시더니 이어서 선생님께서 내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 평소 친구들과 있을 때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물어보셨다.

선생님께 팀플할 때는 PPT를 남들이 이 정도면 됐다해도 내가 성에 찰 때까지 완성시키는 그런 사람이었고, 영화, 뮤지컬, 전시 이런 걸 보는 걸 좋아하고, 어릴 때 인형보다는 로봇에 관심이 많았고, 컴퓨터, 기계, 최신식 문물 만지는 거 좋아하고 갖고 싶어하고, 친구들과 있을 때는 말장난으로 친구들 웃기게 해주는 걸 좋아하고, 일 벌리는 걸 좋아하지만 그걸 또 끝을 봐야하는 완벽주의자 성격이고 등등 미주알고주알 다 말씀드렸더니 웃으시면서 정말 놀랬다고 말씀해주셨다.

지난 상담과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고 하셨다.

지난 상담까지만 해도 내향적인 면모가 너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보니 이렇게 에너지와 자원이 많은 사람이고 원래 기질은 외향적일 수도 있겠다며, 내향적인 것은 순응하면서 살다보니 만들어진 기질일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선생님께서

"혹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일 벌려서 같이 어디 가자, 어디 여행가자 하는 스타일 아니예요?" 라고 하시는데

순간 이 때까지 어디 여행가자고, 할로윈 때 뭐 하자고, 파자마파티 하자고, 친구 중 한 명이 나보고 '인간 뽀로로'라고 하는 모습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졌고

나도 모르게 "헐..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했다.

일 벌리는 거 좋아하고 생각보다 나서는 거 좋아하는 사람인데 만들어진 내향적 기질에 맞춰서 직업을 향해 갔더니 우울하고 불안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알고보니 생각보다 외향적인 사람이었고, 스스로를 '내향적 관종'이라고 칭하지만 어쩌면 나는 그냥 '관종'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의 예민한 성격은 디테일을 따지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오기 때문에 PPT 만드는 걸 좋아하고, 영화볼 때 디테일이 살아있는 영화를 보면 쾌감을 느끼고, 감수성이 풍부한 것이었던 거다.

그래서 그 때 "사실 친구O가 저보고 유튜버하면 잘할 거 같다고.. 한 적이 있긴 해요. " 

선생님도 그 말에 동의하셨고, 모션그래픽, 영상편집, 유튜버 이런 쪽이 자유로우면서도 시각적인 것에 기반되어있고 디테일을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건드릴 수 있는 쪽이라 정말 내 기질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선생님께서 "우리 제일 하기 쉬운 유튜버부터 시작해봅시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는 거 알지만 이거는 우리 친구랑 둘이서만 본다는 느낌으로 시도해봅시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래서 시작해볼려고 한다.

유튜버.

내 마음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