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낯설고도 익숙한 집

 

 

 

 

 

 

 

 

 

 

 

 

 

 

 

 

 

 

오늘 집 나온지 거의 한 달하고도 보름만에 집을 갔다왔다.

어제 일방적인 안부카톡을 친구JY의 조언으로 보내고 엄마가 집 비워줄테니

필요한 거 챙겨가라 해서 오전에 갔다.

동생이 부담스러워할까봐 '집에 들어갈거니까 부담스러우면 알아서 나가있어. 나는 상관없으니까.' 

라고 보내고 역에서 마을버스에 올라탔다. 

익숙한 마을버스, 익숙한 차창밖의 동네인데 왜 이렇게 심장이 두근대는지.

버스를 내려서 아파트 공동현관문을 열 때, 숫자를 기억해내지 않아도 몸이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심장이 제일 두근댔던거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였던 것 같다. 

심장이 존재감을 최대한으로 뽐내며 나를 괴롭혔다.

'혹시나 집에 누구라도 있으면 어떡하지?'

'그럼 나는 무슨 반응을 해야하지?'

'뛰쳐나와야하나?'

엘레베이터를 내려서 현관문 비밀번호를 천천히 눌러서 들어갔다.

내가 천천히 누를테니 내가 들어간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이번에는 나를 상처주지마세요.

집에 들어갔을 때는 조용했다.

아무도 없었다.

동생은 정말 자리를 피했더라. 기대도 안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달라진 것은 나만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심지어 내 방도. 이불은 그대로 있고, 봄옷을 그대로 걸러져있고, 책상은 엉망인채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모든 풍경에서 먼지만 평소보다 더 두껍게 쌓여있다는 것이었다.

책상 위에 입고나왔던 봄옷들을 던져놓고 챙길 게 없는지 쭉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챙길게 없었다. 필요한 것들은 내가 이미 구매를 한 상태여서.

혹시 기분 내고 싶을 때 화장이나 할까 싶어 화장품들을 챙겨나왔다.

클렌징워터를 챙기기 위해서는 엄마방을 들어가야하는데 들어가는 순간 눈물이 올라왔다.

원래 엄마방에 들어가면 엄마의 조그만 책상 앞에서 노트북에서 주식을 보는 엄마의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안 보이니 낯설었다.

베개 머리 맡에 엄마가 좋아하는 책들이 놓여져있는 것들을 보니

엄마가 지금 마음이 편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엄마의 특유 버릇 중 하나인데, 마음이 편치 않을 때 엄마는 좋아하는 옛날 책들을 꺼낸다.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인 것은 그 책들 중 하나였다.

그 책을 쳐다보고 있자니 눈물이 차올랐다.

'엄마도... 내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구나...'

우울증 증상 중 하나인지 모르겠는데 요즘에는 당연한 것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부정적으로 사람이 변한다.

그래서 엄마가 걱정할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냥 나랑 기싸움으로 여기고 그렇게 걱정안할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기 때문에 베개 맡의 책을 본 순간 머리가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처럼 띵하고 눈물이 차올랐던 것이다.

훌쩍이면서 화장실에서 클렌징워터를 챙기고

그 순간 내가 원래 쓰던 칫솔이 보이고

엄마가 날 위해 사다둔 쿨샴푸가 보이고...

마음이 복잡해져서 

머리가 아파왔다.

더 아파지기 전에 짐을 챙기고 집을 나왔다.

동생한테 이제 들어가도 된다고 문자를 넣어놓고

훌쩍이면서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